을의 을이 타는 버스(을의 시간에 만난 작은 불합리),자동차라는 신분
“새벽 5시 15분, 을의 시간이 시작된다” 새벽 5시 15분, 겨울비가 내린다. 이 시간에 깨어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이 도시가 아무 일 없이 굴러가기 위해, 이미 하루를 시작한 사람들이 있다. 나는 오늘도 그들 틈에 섞여 5땡번 버스를 탄다. 누군가는 이 시간을 ‘하루의 시작’이라 부르겠지만, 나에게는 늘 ‘을의 시간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사람보다 가로등이 더 또렷한 시간, 도시가 아직 잠들어 있는 시간이다. 이른 새벽의 공기는 늘 묘하다. 차갑고, 축축하고, 생각이 많아진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깨어나는 시간이다. 이 시간 5땡번 버스를 타는 사람들은 거의 정해져 있다. 대부분 어르신들이다. 청소 일을 하는 분들, 경비원, 시설 관리 노동자들. 도시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전, 이미 ..
2025. 1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