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의 남자들은....
완고한 아버지나 할아버지처럼
고개를 들어서 쳐다봐야 보이는 높은 곳,
벽 한쪽을 큼직하게 장식했던
옛날 괘종시계는
숫자판의 양 쪽에 태엽을 감는 구녕이 있었고
그 밑에는 부지런히 움직이는
불알이 하나 달려 있었다.
그 시계의 주인이 착실하게 태엽만 감아주면
감겨졌던 스프링의 태엽이 풀어지면서
시침과 분침의 정확한 시간을 알렸고
아버지도 아침 7시에 집을 나섰다가
저녁 8시 괘종이 8번을 치면
정확하게 집에 도착을 했다.
그때의 남자들은...
괘종시계처럼 불알 두 쪽만 차고 있어도
누구나 사내라고 인정을 했고
또 자기가 갈 길만 뚜벅뚜벅 걸어서
시계의 바늘처럼 맴을 돌았다.
그러나 요즘 사내들은
시계를 보려고 차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차고 다녔고
건전지의 약빨이 떨어지면 죽어버리는 시간처럼
땡전 한 푼 없으면 옴짝달싹 움직이질 못했고
집에 돌아오는 시간도 일정하지 않았다.
그때의 남자들은 시계가 없었는데도
느긋하게 불알을 흔들며 살아왔고
우리들은 차에도 휴대폰에도 손모가지에도
시계가 있는데도
허둥지둥 불알을 움직이며 살아간다.
갑자기 자신만만하게
느긋하게 흔들리는
괘종시계의 불알이 부러워 미치겠다.
무더웠던 여름도 결국 시간 앞에서는 어쩔 수 없나 보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공기가 제법 가을이 발 한쪽을 들여놓은 것 같다.
매미는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했는지
우렁차게 울어댄다.
이때쯤이면 매미의 울음소리가 가장 우렁차게 들리 때다.
우리는 찬 바람이 느껴지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언젠가 오래전 일기장에 메모해 놓았던
시가 유독 오늘따라 눈에 띈다.
그때의 남자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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