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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

감나무에 감이 익어가듯:첫 아이를 세상으로 보내며 적어 내려간 인생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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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감나무

 

 

청명한 가을 하늘, 감나무 끝에 걸린 풍요로운 계절

 

아침에 문을 열고 나서니 차가우면서도 청량한 공기가 온몸을 감싼다.

하늘은 손끝에 닿을 듯 높고 푸르르며,

나뭇가지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은 산들산들 마음까지 간지럽힌다.

 

사내를 거닐다 운동장 한 구석, 

주렁주렁 붉게 익어가는 감나무를 바라본다.

맑은 가을 햇살을 받아 더욱 묵직하게 걸려 있는 감들을 보니,

괜스레 내 마음까지 넉넉해지고 풍족해지는 기분이 든다.

 

계절의 변화는 참으로 정직하다.

무더웠던 여름의 열기를 견뎌내고 비로소 제 색을 찾아가는

자연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의 인생 역시 자연의 순리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아들의 비워진 방, 눈앞으로 다가온 '독립'의 실감

 

요즘 내 마음속에는 계절의 가을 외에도 또 하나의 커다란 가을이 찾아왔다.

내년 2월에 큰 아들이 드디어 한 가정을 이루고 결혼을 하게 된다.

 

최근 아들은 스스로 살 집을 마련하고,

하나씩 인테리어를 마치며 가전제품까지 들여놓았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다.

든든하기도 하고,

제 몫을 다해 나가는 모습이 기특하기도 했다.

 

그러다  오늘 아침,

무침코 아들이 쓰던 방을 열어 보았다.

퇴근 후나 주말이면 언제나 그 자리에 앉아 

무언가에 열중해 있던 아들의 컴퓨터가 깨끗하게 사라져 있었다.

아마도 새로 마련한 보금자리로 짐을 하나씩 옮겨 놓은 모양이다.

 

늘 당연하게 놓여 있던 물건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비워진 공간이 넓어질 때마다 비로소 실감이 난다.

'아, 이 아이가 이제 정말 어른이 되어 내 품을 떠나 독립을 하는구나.'

 

어릴 적 제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걷던 모습이,

세발자전거를 타고 아파트를 돌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어느덧 서른두 살의 번듯한 청년이 되어 자기만의 인생을 설계해 나가는 모습을 보니

대견함과 함께 미묘한 감정이 밀려온다.

 

30세에 얻은 첫 아이, 그리고 자식농사의 결실

 

서른이라는 나이에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처럼 나에게 찾아왔던 큰 아들,

밤잠을 설쳐가며 키웠던 그 아이가 어느덧 32년의 시간을 지나

제 곁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흔히 부모들은 자식을 키우는 일을 '자식농사'라고 부르곤 한다.

봄에 씨앗을 뿌리고,

여름의 거센 비바람과 폭염을 견뎌내며 정성으로 가꾸어,

가을에 비로소 결실을 맺는 그 고단하고도 숭고한 과정.

 

가지마다 붉고 튼실하게 달린 감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내 청춘을 다 바쳐 키운 첫 번째 자식이 이제 단단한 결실이 되어

세상이라는 넓은 밭으로 나아가는 구나.

자식농사의 첫 결실을 거두어 세상으로 보내는 부모의 마음은,

기쁨과 뿌듯함 뒤편에 쓸쓸함과 섭섭함이라는 그늘을 

함께 품게 되는 모양이다.

 

인생의 가을을 맞이한 내가,

눈앞에 펼쳐진 진짜 계절의 가을을 마주하니

그 감회가 더욱 새롭게 깊어진다.

 

비워짐은 또 다른 채움, 그리고 다가올 계절을 기다리며

 

큰아들을 보내고 나면,

아직 내 곁에는 둘째 아들이 남아 있다.

언젠가 둘째 아이마저 제 짝을 찾고 

자신만의 삶을 찾아 떠나보내고 나면,

나의 계절은 과연 앙상한 가지가 남는

'겨울'이 될까?

 

그러나 슬프거나 외롭지만은 않을 것이다.

겨울은 끝이 아니라,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정적 속에서 쉬어가는

평온의 시간이자 또 다른 세영을 준비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두 아이를 모두 완벽히 독립시키고 나면,

부모로서의 짐을 내려놓고 비로소 온전한 나 자신으로의 삶을

맞이하는 따뜻한  휴식의 겨울이 오리라 믿는다.

 

돌아보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이었다.

 

치열하게 달려온 그 시간 속에서 나를 있게 해 준

수많은 이들이 스쳐 지나간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이웃으로,

친구로,

동료로,

그리고 가장 가까운 가족으로

 

함께 해 준 모든 사람들이

하나하나 참으로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껴진다.

 

그들이 있었기에 나의 봄과 여름이 푸르렀고,

지금의 가을이 이토록 풍요로울 수 있었다.

 

인생의 가을 끝에서 보내는 응원

 

다시 한번 비워져 가는 아들의 방을

조용히 바라본다.

 

그 빈자리는 쓸쓸함의 공간이 아니라,

내 아이가 성숙한 어른으로 잘 자라주었다는

훈장과도 같은 공간일 것이다.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아가는 

큰아들의 앞날에 맑고 청명한 가을 하늘 같은

축복이 가득하기를

마음 깊이 기도한다.

 

나에게도 새로운 계절이 시작된다.

아들이 떠나면 집이 조금 조용해질 것이다.

둘째 아들까지 독립하면 더욱 조용해질 것이다.

 

그때 나는 빈 방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처음에는 조금은 허전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계절,

내 인생의 가을을 함께 걸어가고 있는

 

모든 이웃과 지인들에게도

따뜻한 안부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나에게도 새로운 계절이 또 시작된다.

 

모두 마음까지 풍성한 가을날 보내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2026년 가을, 추석을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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